7살 아이는 놀라울 만큼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언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마음속 이야기를 전부 꺼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실망에도 화를 내고, 기분이 나빠도 그 이유를 모를 때가 있다. 이런 시기의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 시작으로 적합한 활동이 바로 ‘감정 일기장 만들기’다. 이 놀이는 글을 잘 쓰지 않아도 되고, 복잡한 도구도 필요 없다. 단지 하루의 기분을 색이나 그림,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기 감정을 돌아보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부모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아이의 하루를 엿보고, 감정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작지만 중요한 이 놀이가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시작할 수 있는지를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
| 7살 아이와 함께하는 감정 일기장 만들기 – 마음을 이해하는 놀이 |
감정 일기장이란? – 하루를 감정으로 기억하는 습관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 그림과 색으로 표현해요
감정 일기장은 아이가 하루 동안 느꼈던 기분을 기록하는 놀이다. 하지만 단순한 일기 쓰기와는 다르다. 글 대신 감정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색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한 줄 정도의 짧은 설명만 덧붙이면 된다. 예를 들어, 슬펐던 날은 파란색 얼굴을, 기뻤던 날은 해맑은 노란 해를 그릴 수 있다.
감정은 시각적으로 표현했을 때 아이가 더욱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다. 색을 고르는 과정, 얼굴 표정을 그리는 과정 모두가 아이에게 자기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언어적 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표현 방법인 셈이다.
감정 일기장은 놀이이자 정서 발달 도구
감정 일기장은 단순히 그날의 기분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매일 하루를 돌아보며 "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된다.
이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서 지능을 발달시키는 효과적인 도구로 작용한다. 감정의 이름을 알고, 그 원인을 떠올리고,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러운 감정 훈련이 되기 때문이다.
감정 일기장,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준비는 간단하게, 접근은 즐겁게
감정 일기장을 시작하기 위해 특별한 준비물은 필요 없다. 빈 공책이나 A4용지, 색연필 몇 자루만 있어도 충분하다.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표지에 이름을 적고, 스티커로 꾸며도 좋다.
매일 저녁 아이에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를 물어보며 자연스럽게 활동을 유도한다. "오늘 어떤 기분이었어?", "기분을 색깔로 표현하면 어떤 색일까?", "무슨 일이 있었니?"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의 하루를 끌어내자.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표현은 자유롭게, 해석은 존중하며
일기를 쓸 때는 반드시 문장을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그림으로만 표현하고 싶다면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 혹은 한 줄만 적어도 괜찮다.
예를 들어, “오늘은 친구가 놀자고 해서 기뻤어”라는 문장 한 줄이면, 그날의 감정과 사건이 모두 드러난다.
이때 부모는 맞춤법이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지적하지 말고, 아이의 감정과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감정 일기장을 꾸준히 하면 달라지는 것들
감정 표현의 폭이 넓어진다
감정 일기장을 꾸준히 쓰면 아이는 ‘기분’이라는 감정 상태를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게 된다. 단순히 “좋아”, “싫어”에서 벗어나 “서운해”, “기대돼”, “속상해” 같은 말도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
이는 곧 정서 표현의 폭을 넓히고, 감정 조절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아이의 감정 변화를 일기장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날은 기쁜 일보다 사소한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반대로 특별한 사건 없이도 평온한 기분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런 흐름을 일기장으로 관찰하면, 아이가 무엇에 예민한지, 어떤 상황을 즐기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감정 표현을 배우는 첫 번째 문이 되어줄 수 있도록
감정 일기장은 단순한 글쓰기 활동이 아니다. 아이에게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놀이이며,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
7살 아이는 말은 능숙해졌지만 감정 표현은 여전히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감정 일기라는 간단한 활동을 통해, 아이는 하루를 돌아보며 기분을 마주하는 연습을 하고, 부모는 그 과정을 함께 하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기 감정을 ‘느끼고, 말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매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차곡차곡 쌓일 때, 아이는 자기 감정에 책임을 지고, 타인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작하는 이 작은 기록은, 분명히 아이의 정서 발달에 깊은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