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아빠 싫어, 엄마만 좋아!” 아빠가 장난을 걸어도 밀쳐내고, 안아주려고 하면 소리치며 거부합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다가, 반복되는 행동에 상처받는 아빠의 모습에 엄마도 당황하기 시작하죠.
이런 상황에서 많은 부모는 고민에 빠집니다. “혹시 아이가 아빠를 싫어하는 걸까?”, “애착이 잘못 형성된 건 아닐까?”, “아빠가 뭔가 실수한 걸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아이의 행동을 걱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행동은 대부분 발달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아이의 정서 발달, 애착의 형성 시기, 성별과 관계의 특성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죠. 이 글에서는 아이가 왜 특정 시기에 아빠보다 엄마를 더 선호하게 되는지, 그 원인과 해석, 그리고 부모로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아빠 싫어!” 이 말에 담긴 아이의 마음
1-1. 애착 형성의 자연스러운 편향
아이에게 애착이란, 자신이 정서적으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대상에게 형성하는 강한 감정적 유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생후 수개월부터 주 양육자인 엄마와 애착이 형성되며, 이 애착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직접 연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5세 전후의 아이가 엄마를 더 선호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가장 많이 접촉하고, 위로받고, 돌봄을 받은 사람을 중심으로 감정적 유대를 강하게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아이는 불안한 상황이나 새로운 자극 앞에서 '더 안전한 존재'를 본능적으로 찾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그 기준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싫어서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 안정 패턴이 엄마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일 뿐입니다.
1-2. 감정 표현 방식의 미숙함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아빠가 과격한 장난을 하거나 갑작스럽게 안아주는 것이 아이에게 불편했을 때, 아이는 "아빠는 너무 세게 해"라고 말하는 대신 단순히 "아빠 싫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의 표현은 그 순간의 감정 반응일 뿐, 관계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건강한 감정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엄마 편만 드는 아이, 정상일까?
2-1. 일시적인 '양육자 편애 시기'
발달 심리학에서는 유아가 특정 부모에게 유난히 더 의지하고 다른 쪽은 거부하는 시기를 **‘양육자 편애 시기’**라고 부릅니다. 보통 3~6세 사이에 많이 나타나며, 주 양육자에 대한 애착이 안정화되면서 반대편 부모에 대한 감정이 흔들리거나, 자신만의 거리 두기 방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는 아이가 점차 독립을 연습하고, 주변 인간관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반응입니다. 즉, “엄마만 좋아”라는 말은 엄마와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 안에서 편안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다른 관계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일 수 있습니다.
2-2. 부모가 느끼는 거리감, 아이도 안다
아이가 아빠를 멀리하는 데에는 감정적인 기류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빠가 육아에 거리감을 느끼거나 소극적으로 반응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나와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을 구분하게 됩니다. 아이는 매우 민감하게 부모의 태도와 감정을 읽어내는 존재입니다.
특히 아빠가 “나랑 안 놀 거면 엄마랑만 있어!” 같은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아빠와의 관계는 무섭거나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서운해하는 태도도 아이에게는 무언의 거절로 느껴질 수 있죠.
아빠를 밀어내는 아이, 이렇게 반응해보세요
3-1. 억지로 다가가기보다 일상 속 참여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억지로 아이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마음을 엽니다. 억지로 안으려 하거나, 억지로 같이 놀자고 하는 것보다는
예를 들어, 블록 놀이를 할 때 "이건 아빠가 도와줄까?"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식입니다. 아이는 점차 아빠의 존재를 부담스럽지 않게 느끼게 되고, 점차 다시 정서적 유대를 쌓게 됩니다.
3-2. 엄마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엄마의 중재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아빠를 거부할 때 엄마가 옆에서 "아빠는 너랑 놀고 싶어서 그래", "아빠가 이렇게 기다려주셔서 너무 멋지다" 같은 말을 건네면, 아이는 아빠에 대한 신뢰를 다시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빠를 신뢰하는 태도를 보일수록, 아이도 아빠를 안전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중요한 건 엄마가 아이의 거부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방치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의 거부는 진심이 아닌, 관계의 언어입니다
아이의 “아빠 싫어”는 실제로 아빠를 미워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안정감을 느끼는 대상에게 더 의지하고 싶다는 감정의 표현입니다.
이 시기 아이는 엄마와 아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중입니다. 거부와 밀어냄도 관계의 일부입니다. 그럴 때 부모가 느긋한 자세로 아이를 바라보고, 존중하는 태도로 반응해 준다면 아이는 오히려 관계 안에서 안정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아빠를 밀어내는 아이를 보며 속상할 수 있지만, 이 시기는 지나갑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언제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부모의 자세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결국, 엄마도 아빠도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그 사랑 안에서 아이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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