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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묻는 아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 5세 이후 생명 개념 이해의 시작점
“엄마, 사람은 왜 죽어?”
갑작스럽게 아이가 이렇게 물어온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당황하게 됩니다.
아직 세상에 대해 제대로 알기도 전인 아이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꺼낸다는 건, 단순히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된 답변은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5세 이후 아이는 본격적으로 인과관계, 시간 개념, 존재와 부재 등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실제로 ‘상실’과 ‘영원한 이별’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려는 뇌의 작동 과정일 수 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너무 무겁게 받아들여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반대로 “그런 말은 하지 마”라고 회피하기 쉽지만, 이 시기의 ‘죽음’에 대한 질문은 아이의 인지적 성장과 감정 발달을 위한 중요한 계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가 죽음에 대해 묻는 이유와 그 질문에 부모가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를 단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이는 왜 갑자기 “죽음”에 대해 궁금해할까?
1-1. 발달과정상 자연스러운 호기심
5세 이후의 아이는 구체적 사고 단계로 진입하며, ‘영원히’라는 시간 개념이나 ‘존재하지 않음’이라는 상태를 점차 인식하게 됩니다.
이때 아이가 TV 속 이야기, 할머니의 병원 이야기, 반려동물의 죽음 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죽음을 ‘사라짐’ 혹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으로 이해하면서, 처음엔 단순히 “왜?”, “어디 갔어?”라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죽음을 무섭게 인식하기보다는, 일종의 신기하고 낯선 개념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1-2. 실제 경험이 계기가 되기도
주변에서 반려동물이 죽거나, 친척의 장례식에 다녀온 후, 혹은 동화책 속 한 장면에서도 아이는 '죽음'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게 됩니다.
이런 사건들은 아이의 내면에 죽음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각인시키고, 부모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가 죽음에 대해 물을 때, 부모의 올바른 반응법
2-1. 회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그런 말 하면 안 돼”, “아직 그런 건 몰라도 돼”라고 회피하면 아이는 오히려 더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놀라거나 당황한 표정을 보이는 것도 아이에게 “죽음은 나쁜 것”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질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게 궁금했구나”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처럼 되물으며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2-2. 나이에 맞는 언어로 설명해주기
5~7세 아이에게 “죽음”은 아직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죽으면 다시 깨어나지 않는 거야”, “죽은 사람은 다시 볼 수는 없지만 마음속에는 계속 있어”처럼 구체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종교적 개념이나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경우, 가정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관된 설명이 중요합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편히 쉬는 거야”라는 말은 많은 부모들이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아이에 따라 하늘을 무서워하거나, 자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도 있으므로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합니다.
죽음을 통해 아이가 배우는 감정과 철학
3-1. 상실과 슬픔, 그 속에서 감정을 인식하는 법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은 단지 생명을 아는 것을 넘어 ‘상실’이라는 감정을 경험하는 시작점입니다.
아이는 “그럼 엄마도 언젠가 죽어?”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상을 하고 슬픔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이때 “엄마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있을 거야”, “지금 이 순간 엄마는 너랑 함께 있어” 같은 안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슬퍼하거나 울 때 그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3-2. 생명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철학의 시작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아이가 ‘생명’이라는 귀중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을 소중하게 보내야 해”라는 말로 연결지으면, 아이는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삶이 소중하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해 갈 수 있습니다.
죽음을 묻는 아이,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마주할 때
아이 다섯 살 무렵,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돼?”
그 말을 하며 아이는 울었고, 나는 처음엔 단순한 두려움이나 호기심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눈빛과 목소리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치 이별의 슬픔을 아는 듯한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헤어지는 일’에 대한 상상과 슬픔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내가 깨달은 건,
아이는 설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나의 온기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내가 “지금 엄마랑 함께 있잖아.
그게 가장 소중한 거야.”
이 말 한마디만 해줬어도 아이는 조금 더 안심했을지도 몰라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아이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
그 자체로 가장 큰 사랑을 전하고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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