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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아이의 '싫어'라는 말, 단순 반항일까? 자율성 발달의 첫 신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싫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양치하자” 하면 “싫어!”, “이 옷 입자” 하면 “안 입어!”, “놀이터 가자” 해도 “가기 싫어!”라고 반응하는 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고, 말을 듣지 않는 반항적인 태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싫어’라는 반응은 단순한 고집이나 반항만으로 보기에는 너무 섣부르다. 5세 전후 아이는 언어 표현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이 폭발적으로 자라는 시기다. 특히 자기 생각과 의지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며, 자신만의 선택과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이 시기의 “싫어”는 자율성과 자기주도성의 초기 표현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가 ‘싫어’라고 말하는 진짜 이유와, 이를 마주한 부모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또 어떻게 하면 아이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일상생활을 조율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아이는 왜 자꾸 “싫어”라고 할까?
1-1.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욕구
5세 아이는 하루하루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작은 것이라도 자기 손으로 해보고 싶어 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부모가 끊임없이 명령하거나 결정해버리면 아이는 점점 통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때 나오는 표현이 바로 “싫어”다.
이는 단순한 반항이라기보다는 “내가 결정하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라는 자율성 욕구의 표현이다. 어른이 보기엔 사소한 행동일 수 있어도 아이에게는 중요한 자기 표현의 한 방식이다.
1-2. 감정 조절 미숙에서 오는 즉각 반응
아이의 뇌는 아직 감정을 조절하고 언어로 세련되게 표현할 정도로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불쾌하거나 당황스럽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싫어!”라고 반응할 수 있다. 이때 아이를 나무라기보다, 그 감정의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싫어’는 자율성과 독립성의 신호
2-1. 선택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성장 과정
이 시기의 아이는 선택을 통해 자기 세계를 만들어간다. 무엇을 입을지, 어떤 컵으로 물을 마실지, 어떤 책을 먼저 볼지 등 일상에서의 작은 결정은 아이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아이가 “이건 싫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걸 선택하고 싶다’는 의지 표현이다. 이는 자기주도성을 갖기 위한 첫 걸음이다.
부모는 이런 선택권을 의도적으로 조금씩 열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노란 티셔츠 입을래, 파란 티셔츠 입을래?”처럼 선택지를 제한하면서도 자율성을 허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2-2. '싫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감정 읽기
때로는 “싫어”라는 말이 꼭 거절의 뜻이 아닌 경우도 있다. 피곤해서 기분이 안 좋은 날, 뭔가 걱정이 있는 날, 사랑받고 싶지만 표현이 서툴러서 무조건 반대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아이가 ‘싫다’고 말했을 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차분히 되묻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지금 뭘 하고 싶어서 싫다고 말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와 같은 문장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기회를 주고, 부모와의 신뢰도 쌓아주는 역할을 한다.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태도를 결정짓는다
3-1. 억누르기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아이의 “싫어”에 부모가 즉각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며 강제로 시킨다면 아이는 더 강하게 반발하거나 무기력해질 수 있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선택이 무시당한다고 느끼면, 자기결정력이 약해지고 수동적인 성향으로 굳어질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싫어”라고 말했을 때, 감정을 잠시 가라앉히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면서도, 해야 할 일은 부드럽게 유도하는 태도가 효과적이다.
3-2. 규칙은 유지하되, 설명과 공감은 충분히
“싫어”라는 말이 항상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하지만 부모가 “안 돼, 무조건 해야 돼”가 아닌 “왜 지금 이걸 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아이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먼저 공감해준 후 요구를 전달하면, 아이는 덜 반발하게 된다.
예: “놀고 싶은 거 알아. 하지만 지금은 잘 시간이야. 엄마랑 내일 일찍 일어나서 놀자.”
아이의 “싫어”, 억압하지 말고 성장의 씨앗으로 바라보자
아이의 “싫어”라는 말은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표현이다. 이 말은 때로 부모의 통제를 거부하고, 자신의 선택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의 결과일 수 있다.
부모는 이러한 반응을 단순히 고집스럽다거나 버릇없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아이가 한 인간으로 자라기 위한 표현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거절이라는 표현이 곧 나쁜 것은 아니며, 그 안에는 하고 싶은 일, 감정의 진실, 사고력의 시작이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부모의 대화 능력과 태도다. 아이의 “싫어”를 단절이 아닌 연결의 기회로 삼을 때, 아이는 더 건강하게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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