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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다 찢었어 — 완벽하지 않다고 느낄 때 자책부터 하는 아이
한참 동안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종이를 찢어버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색연필 자국이 남은 종잇조각, 아무 말 없이 바닥을 바라보는 아이. 그 순간 부모는 당황한다. 왜 갑자기 그랬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아이는 말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그림을 치우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행동한다. 부모는 아이가 단지 짜증을 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서.’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서.’
‘실망스러워서.’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가 느끼기엔 너무 무거운 이 감정들을, 아이는 단 한 장의 종이를 찢는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은, 아이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실망하고 있다는 강한 신호일 수 있다.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견디지 못하고 자책하는 아이. 이 글은 그 조용하고 예민한 감정의 구조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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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그리다 찢었어 — 완벽하지 않다고 느낄 때 자책부터 하는 아이 |
완벽하지 않음에 참지 못하는 아이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클 때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대부분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는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주변의 칭찬이나 평가가 반복되면서 아이에게는 기준이 생긴다. 그 기준은 종종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머릿속에서 상상한 대로 표현하고 싶어 하고, 결과가 생각과 다르면 깊은 좌절을 경험한다. 그림을 찢는 행동은 어쩌면 ‘실망한 내 마음’을 다스리는 아이 나름의 방법일 수 있다.
작은 실수도 큰 실패로 받아들이는 감정
색이 번졌다고, 선이 삐뚤어졌다고, 형체가 이상하다고 그림을 찢는 아이는 단지 고집스러운 게 아니다. 그 아이는 이미 스스로를 평가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에 화가 난 상태다.
“이건 아니야”라고 말하며 그림을 찢는 아이의 말투에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담겨 있다. 문제는, 그 실망이 반복되면 아이의 자존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점점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기준에 갇힌 아이의 마음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라는 말 뒤에 숨은 자의식
부모들은 종종 말한다. “누가 뭐라 했니? 엄마는 그냥 예쁘다고 했잖아.” 그러나 아이는 이미 자기 안에 ‘이 정도는 해야 돼’라는 기준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이 기준은 꼭 누군가가 강요해서 생긴 게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칭찬이 많았던 아이, ‘참 잘했어요’를 자주 받아온 아이일수록 자기 기준이 높아지기 쉽다. 그리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아이는 큰 자책에 빠진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터뜨릴 때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슬픔이나 실망, 분노 같은 감정을 몸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찢는 행동은 단지 산만하거나 문제 행동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아직 미숙한 아이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일 수 있다. 아이는 종이를 찢는 행동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감정을 해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가 아이의 실망을 마주할 때
칭찬보다 감정에 반응해 주는 순간
그림을 찢은 아이에게 “왜 그랬어?”, “그림은 다시 그릴 수 있잖아”라고 말하는 것은 상황을 덮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는 부족하다.
그럴 때는 “실망했구나”, “네가 생각한 그림이 아니었나 봐”처럼 감정을 먼저 알아봐 주는 반응이 필요하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 감정을 이해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아이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말보다 더 중요한 건 일상에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가 실수했을 때 “엄마도 좀 틀렸네”,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실패가 곧 끝이 아님을 배운다. 아이가 자책할 때마다 옆에서 그 감정을 지지해주는 것, 그것이 아이의 감정 회복에 가장 큰 힘이 된다.
찢어진 그림 뒤에 남은 감정을 보려는 엄마의 시선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는 작은 실수에 자책하고, 기대만큼 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탓한다. 그런 우리에게도 ‘찢고 싶은 그림’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감정이 아이의 모습에서 그대로 보일 때, 우리는 묘한 슬픔과 공감을 느낀다.
아이의 행동은 때로 우리의 감정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말보다 먼저 자란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건, 찢어진 그림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먼저 바라보는 것이다.
“그랬구나, 속상했구나”라고 말해주는 순간,
아이의 감정은 혼자가 아니게 된다.
엄마가 꼭 잘해줄 필요는 없다.
그저 아이가 자책하고 있을 때
그 곁에 조용히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이 아이가 자라며 스스로를 조금씩 다독일 수 있게 해주는 진짜 돌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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